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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_ 히에로니무스 보쉬      
지니     2020/04/28
지옥의 하늘을 뒤덮은 상상의 날개
히에로니무스 보쉬(Bosch, Hieronymus. 1450-1516년) : 지옥의 화가
오, 눈먼 탐욕이여, 광적인 분노여!
너희가 짧은 인생에서 우리를 휘몰아친 것은 결국 영원한 지옥 밑바닥으로 무참히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더냐!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의 '신부의 착복식'

보쉬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위 작가의 작품을 먼저 감상하시면 도움이 될듯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 5백 년 전의 그림과 현대의 그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면 대개의 경우 단번에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테지요. 그러나 400년 이상의 세월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스 에른스트의 '신부의 착복식'과 보쉬(Hyeronimus Bosch,1450~1516)가 그린 '쾌락의 정원'의 경우는 예외로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두고 시공을 초월했다거나 찌찌뽕이라 하거나...... 상관은 없습니다. 

자, 분명 위 작품은 1940년에 그려졌고 보쉬의 작품은 1503년에 그려졌는데 말입니다. 두 작품 모두 보통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괴이한 형태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을 보면, 신부로 여겨지는 누드의 여자를 보세요. 여자는 올빼미 머리가 달리고 털이 북실북실한 신부복을 걸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머리가 둘이지요.

올빼미 머리 이외에도 갓 바로 위에 또 하나의 작은 얼굴도 보이는데 얼굴 모습이 해괴할 뿐만 아니라, 비례상으로나 위치상으로 실제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형상입니다.

화면 앞에서 울고 있는 초록색의 작은 여자는 젖가슴이 네 개나 달린 만삭의 임산부입니다. 그러나 남성의 성기를 달고 있으며, 다리는 또 오리발입니다.


위 그림은 보쉬의 유명한 작품, '쾌락의 정원' 중 지옥의 부분도입니다. 보쉬 역시 해괴함에서 20세기 작가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분인데....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 머리에 주전자를 뒤집어쓴 채 나체의 인간을 반쯤 삼키고 있습니다. 이 인간의 엉덩이에서는 끔찍하게도 새들이 나오고 있구요.

두 그림의 공통점은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건데  꿈속, 공상 과학,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이 그림의 주인공입니다. 이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공상의 세계, 꿈의 세계, 혹은 무의식의 세계를 주제로 한 미술 양식을 초현실주의라고 합니다.

보쉬는 1450년 지금의 네덜란드 지방에서 태어나 1516년까지 살았습니다. 연대상으로는 르네상스 시대고, 예순 여섯이면 뭐, 적당히 사신듯 합니다. 

이 무렵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화가들은 중세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에 대해 과학적인 사고를 단단히 무장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몰두했죠. 보쉬 역시 많은 부분 르네상스 화가다운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만, 그의 그림 속에는 환상의 세계, 공상의 세계, 꿈의 세계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상, 꿈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불현듯 쿠사마 야오이(Kusama Yayoi)의 화려한 도트 문양이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황장애를 겪으며 경험한 환상과 망상 등을 아트로 승화시킨 작가, 한낱 질병이었을...... '비정상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재미로 두 어개 감상하세요.





다시 보쉬로 돌아와서, 이같은 초현실성은 중세 미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사실적인 묘사와 관련해선 중세 시대 미술가들의 상상의 뇌가 훨씬 더 많이 열려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표현방식도 매우 자유로와..... 머리가 둘 달린 사람이라든가 사람의 머리에 동물 형상을 한 괴물이 등장하는 등 그 시대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습니다.

따라서 보쉬의 작품에 나타난 초현실적 세계는 중세의 전통이 르네상스의 자연주의와 결합되어 탄생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131x119cm, 리스본, 국립 고대 미술관)

입신출세의 길을 버리고 사막으로 들어가 수행을 하며 끊임없이 악마의 유혹을 받는...... 기도와 명상으로 유혹을 이겨낸 성인의 일생을 보쉬는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화면 왼 편 위 쪽에는 성 안토니우스가 악마들에 의해 공중에서 아래로 떨어뜨려지기 직전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성인을 들고 있는데, 화가는 공중이라는 설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에 물고기와 배까지 그려놓았죠.

또, 그 아랫부분을 보면 얼음판 위에 스케이트를 신고 서 있는 괴물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 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결과물입니다. 입에 돈을 물고 성인을 유혹하고 있는 이 악마는 당시의 화폐와 스케이트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지요. 

보쉬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은 20세기,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이를 주제로 한 공모전까지 열렸다고 합니다. 보쉬에게 열광하는 사생팬은 몇 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나 봅니다.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부분.

성인은 종류를 알 수 없는 괴물들에 의해 들어올려져 있고 하늘에는 물고기와 배까지 그려 놓았습니다. 데쓰메탈 쟈켓으로 쓰면 딱이겠습니다.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부분.

보쉬의 그림에는 무수한 종류의 악마가 등장하는데 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며 형태도 상상을 초월하지요. 얼음판 위에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악마는 입에 돈을 물고 성인을 유혹합니다. 스케이트도 지금 우리가 신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어떤 학자들은 보스의 염세주의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화가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떠나 지옥은 천국보다 화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제격이었을 터. 

여기 그려진 장면 중에 진홍색 살갗의 괴물이 배가 잔뜩 튀어나온 한 남자의 입에 계속해서 물을 쏟아붓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뒤에 있는 또 다른 괴물은 이 남자가 꼼짝하지 못하도록 꼭 붙들고 있구요.

물통 위에는 깔때기가 얹혀 있어서 물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이 가엾은 영혼은 배가 터지도록 영원히 물을 받아 마셔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는 겁니다.


꼬챙이에 머리를 꽂힌 채 괴물에 의해 바비큐처럼 돌려지는 형벌을 받는 인간도 보입니다. 그 아래에 있는 남자는 불 위에 놓인 프라이팬에서 노릇 노릇 구워지고 있구요. 끔찍한 장면의 연속이지요? 역시 데쓰메탈 앨범 쟈켓으로 딱입니다.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 1510년경, 캔버스 유채, 74 x 81Cm, 켄트 미술관, 벨기에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힘들게 걸어가고 있으며 화면 왼쪽 아래에는 군중 속에서 성 베로니카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그려진 천을 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보쉬의 상상력은 당시 엄격한 도상을 준수해야 했던, 예수의 생애를 그린 그림에서 조차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라는 작품은 당시 종교화에서 보여지던 인물의 유형과는 전혀 딴판으로 그려졌습니다. 중앙에 십자가를 메고 가시면류 관을 쓴 예수와 예수의 피와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는 베로니카...... 이 두 사람을 제외하면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실물을 과장 또는 왜곡하고 있지요.

만화 속 캐리커쳐를 연상 시킬만큼 매부리 코에 이가 듬성듬성 한 남자를 비롯하여 모두 괴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걸까요. 

안타깝게도, 예수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그와 고통을 함께 나눈 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고 비웃고 겁박할 뿐이지요. 결과적으로 보쉬는 기존 성화의 프레임을 깨는...... 보쉬만의 독보적 작품 세계를 통하여 실험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쾌락의 정원 (220x195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보쉬의 '타이틀 작'이기도 한 이 그림 역시 원래는 인간의 죄를 다룬 성화입니다. 그러나 음란물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뒷날 섹스의 백과사전 이라는 별명도 붙게 되지요. 

보쉬를 공부하면서 보쉬의 예술적, 상상의 영역은 끝이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그림을 통해 보쉬가 나타내고자 한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신이 창조한 신비로운 우주입니다. 남녀가 벌거벗은 채 갖가지 자세로 쾌락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데......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죄를 짓게 됩니다. 보쉬는 인간의 죄 중에서 특별히 육욕(肉慾)을 다루고 있는거지요. 

중앙에 보면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의 등에 올라타고 원을 그리며 놀고 있는 수많은 나체들이 펼쳐집니다. 연못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남녀들, 가면 퍼레이드를 연상시키는 기구 속의 사람들, 둥근 병 속에 같힌 녀석들..... 새빨간 체리와 거대한 포도송이, 형태를 알 수 없는 동식물들...

쾌락(?)의 정원이라고 밖엔...


여기서는 무시무시한 지옥의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지옥 장면 또한 보스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여겨질 만큼 상상을 초월하지요. 

그 중 하나를 들여다보면 깨진 계란 껍질 속에 사람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계란은 종류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몸통인데 다리는 나무로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머리는 화가의 자화상입니다. 빨간 체리와 포도송이는 음란의 상징이고, 괴물이 내밀고 있는 체리를 따먹기 위해 붕어처럼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육체의 욕망에 굶주려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도 상상 속의 동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알몸의 남녀들이 쾌락에 빠져 있지요. 보스는 당시의 전통을 바탕으로 성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동원하였다고 합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봄인가 싶은데 아직 쌀쌀하네요...이러다 여름이 확 와버리겠죠? 시원한 레몬에이드 한잔 마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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