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구소 생활을 하며 해외출장을 많이 갔는데 주로 일본과 미국이었다. 약 3년 동안 일본은 셀 수 없고 미국은 다섯 번 출장은 예산 상 혼자 이상을 간 것 같으니 80년대 중반치고는 꽤 자주 다닌 것이다. 다녔는데 일본이야 생김새와 문화와 음식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큰 걱정은 없었지만 미국의 경우는 많이 달랐다. 

처음 미국출장은 보름 동안 뉴욕에서 시작하여 하루에 한 곳의 업체를 방문하면서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여 마지막에 L.A.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깜깜한 밤 JFK공항을 나와 어쩔 줄 몰라 한참을 서성인 일, 재확인을 안 해서 3일차부터 비행기가 취소된 일, 한 도시에 공항도 여러 개고 같은 이름의 호텔도 여러 개라 당황한 일뿐 아니라 시차도 혼란스러웠고 주마다 사용법이 다른 공중전화도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인종이 공존하는 것은 한참이 지나고야 익숙해졌다. 이렇게 다니면서 샘플과 자료는 하나라도 더 얻어야겠다며 산만한 짐을 들고 돌아다녔으니 나도 나였다. 너무나 힘들어 마지막 날 부장님과의 통화에서 수고했다며 L.A.에서 하루 쉬고 들어오라는 것도 마다하고 귀국했다. 보름에 5Kg이상이 줄었다.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생각하는 방식과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세상은 넓고 배울 건 많았다. (해외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