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연구소가 있던 안양공장이 온통 진달래로 덮였다. 붉은 진달래가 활짝 피어났을 때 우리회사는 연례행사로 진달래 축제라는 것을 하였다. 회사가족을 초청하여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제공하고 유명가수를 초청한 노래자랑도 열었다. 

나는 당시 한 여인과 연애 중이었는데 그녀를 진달래 축제에 초대했다.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난 그녀는 한창이었던 붉은 진달래보다 예뻤다. 

나는 그녀를 이곳 저곳 안내하며 설명을 했고 만발한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그녀 사진도 찍고 우리 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남보다 일찍 회사를 나와 인근 백운저수지로 가서 보트도 타고 작은 산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어둠이 내릴 때쯤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공부하던 외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국제편지를 썼고 거의 매일 이제나저제나 하며 그녀의 편지를 기다렸다. 나는 그녀 편지를 전달해주는 여사원에게 고맙다며 초코렛을 사줬는데 나중에는 옆 사무실까지 소문이 나자 여사원들이 경쟁적으로 내게 그녀의 편지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내가 그곳에 출장 가서 만나기도 하며 2년 반 정도 사랑을 키웠다. 

그리고는 그녀는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았다. 어제 저녁 나는 아내와 그때 이야기를 꽤 오래 했다. (진달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