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100불 선에 닿았습니다. 이번 유가 하락은 미국의 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 :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와 OPEC+ 의 추가 증산 뉴스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욕 주요 증시는 하락했습니다.

110~100불 사이를 유지하던 유가는 100불 선으로 떨어져 유가 공급 위기에 대응하려는 미국과 OPEC+ 의 새로운 대안을 환대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SPR 을 활용하여 하루 100만 배럴을 향후 6개월 동안 시장에 공급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백악관은 3월 31일, 성명을 통해 최대 1억 8천만 배럴의 전례없는 대규모의 SPR 을 방출/공급하여 국내 생산이 본격 증산될 연말까지의 공급 공백을 메울 것이라 했습니다. 덕분에 유가가 하락하기는 했어도 여전히 100불대 라는 점에서 유가를 극적으로 안정화 시켰다고 보기에는 미적지근한 느낌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 입니다. 그러나, 부정적 의견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SPR 의 방출이 원유 시장의 균형을 재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습니다. 즉, SPR 자체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조치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깝기 때문에 후속 대안이 철저히 준비되지 않는 이상 일정 기간 이후에는 또 다시 공급 문제로 인한 유가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덧붙여, 이번 SPR 방출 규모가 역대급인것은 맞지만, 하루 100만 배럴이라는 것이 미국 원유1일 생산량의 1%에 불과하고, 소비량의 5% 수준이라는 점에서 반전을 일으키기에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있으면 좋겠지만, 반전의 계기가 될 만한 양은 아닌 것이죠.

만약,

이번 발표 이후 기대했던 만큼의 유가 안정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위 부정적 분석과 같이 좋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없는 대응으로 시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당장 지혈은 되어도 상처를 치료하기는 어려운 반창고(Band Aid) 같은 것이죠.

또하나,

OPEC+ 에서도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는데요,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유지되어 오던 하루 40만 배럴의 증산에 약 3만 배럴을 추가 증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3월 31일 열린, OPEC+ 장관급 회의에서 월간 생산량을 0.432mb/d (432,000배럴/일)로 상향 조정 한 것입니다. 5월 부터 적용될 것이라 합니다. 역시나 미미한 수준에서의 조정입니다만, 표리부동하고 있던 OPEC+ 의 변화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할 것입니다.

OPEC 의 보도 자료를 보면, 석유 시장의 펀더멘탈과 전망에 대해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평가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유가 불안정은 펀더멘탈이 아닌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하는 것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증산이 소폭인 점을 감안해서 그에 걸맞는 전제를 미리 깔아 놓는 것이겠지요.

위 두가지 뉴스 덕에 유가는 하락했으나, 주목할 만한 반전은 아닌 수준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꾸준히 하락할 수 있다면, 시간이야 걸린다 치더라도 유가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 해소에는 많은 도움이 될 텐데요, 지켜봐야하겠습니다. 과연 SPR 과 OPEC+ 의 증산이 얼마나, 언제까지 긍정적 효과를 보여줄 것이며, 그 결과 유가를 안정화 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유가 하락 폭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유가 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이슈 때문이었을까요?

판단컨데, 아무래도 PCE(Personal Consumtion Expenditures : 개인소비지출) 지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미 경제분석국(BEA) 에서 3월 31일에 발표한 2월의 전년대비 PCE 지표는 월가의 예상치(5.5%) 보다는 낮았지만, 이전의 발표치 보다 상회하면서 물가에 대한 공포를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전년대비 2월의 근원PCE 는 5.4% 로서 작년 10월 발표분 부터 보면 계속 상승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원 PCE 는 연준에서 물가 수준을 판단하는 비중있는 지표로서, 이처럼 단 한번도 같거나 하락하지 않고 상승을 해오고 있다는 것은 연준의 다음 5월 FOMC 가 더욱 강한 긴축을 해야만 한다는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물론, 2월의 지표이기는 합니다만, 3월 들어 유가가 130불 턱밑까지 치솟았던 것이 반영된다면, 다음달 발표될 3월의 PCE 는 이번 발표치보다 당연히 높아질 것입니다. 우선, 4월 초 발표될 3월의 CPI 가 선행지표로서 PCE 에 앞서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에너지 위기가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여러 트랩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전선에서 군대를 철수 하겠다던 러시아는 키이우를 향한 포격을 계속 하고 있다합니다. 경제 제재로 원유 자원 수출에 제동이 걸린 러시아는 앞으로 관련 수출에 러시아 루블화로만 결제 받겠다 선언했습니다. 아직은 팽팽한 힘겨루기 중인 듯 합니다.

상대에게 마지막 카드를 내밀 때까지 이 무모하고 남는 것 없는 게임은 계속 될 듯 합니다.